※ 이 하의 글은 지금은 사라진 웹진 NGamer'Z용으로 작성되었던 리뷰 글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웹진에 실제로 개제된 것과는 미묘하게 다른, 프로토타입 개수판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만. 어쨌든 현재로썬 NGamer'Z 자체를 볼 수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니 허접한 글이라도 그냥 묻히는 것보다는 이렇게 재활용을 해먹을려고 올립니다.
그런데, 이거 판권 표시를 붙이려고 보니 장난 아니게 귀찮은 지라 일단 생략…, 은 좀 그렇고 적당히 줄여서 붙인다. 사용된 화상들은 클릭하면 약간 커지니 참조하실 것. 물론 텍스트나 화상의 펌질은 금지.
- NGamer'Z Review -
우주전함 야마토 암흑성단제국 3부작
은하를 열차가 달리던 그 옛날, 우주에는 꿈과 낭만이 있던 시절의 ‘마지막 괴작’인 애니메이션 [우주전함 야마토]의 PS2판 3부작 게임 셋트. PS1판이 원작의 1,2부 내용이라면 PS2판은 원작의 3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게임화 했다.
기종 : PS2 | 제작사 : 반다이
장르 : 리얼 타임 시뮬레이션 | 비고 : PS2 전용 메모리 카드(8MB) 128KB이상 필요
ⓒ Matsumoto Reiji / BANDAI 2005
글 : 엄다인
PS1이라는 은하 너머, PS2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다시 만난 우주전함 우주에서 깃발이 날리는 해적선이나,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는 요상한 SF풍의 우주 로망 물 작가로 유명한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에, 일본 애니 업계의 괴인이던 니시자키 프로듀서가 제작한 TV애니메이션 우주전함 야마토는 한국에서도 ‘날으는 우주선’이나, ‘우주전함 V호’ 등으로 제목을 바꿔가면서 초반 2부까지 방송되었던 인기 작품이다. 일단 1974년에 1부가 TV 방송된 이후로 1983년에 완결편이 등장할 때까지 총 5부 구성으로 계속 시리즈가 이어져온 빅 히트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기동전사 건담처럼 TV에서 방송할 때엔 별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재방송을 통해서 SF팬들의 인기를 모아 편집판 극장판이 개봉되고 빅 히트, 그 여세로 속편들이 계속 등장하게 된 형태를 띈 작품이다.
그리고, 제목의 ‘야마토(大和)’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이 사용한 당대 최대규모의 대형전함(유명한 타이타닉보다 컸다)이다. 소위 거함거포로 통하는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써 많이들 비유되며,캡콤의 고전 슈팅 게임 [1943] 같은 데서는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등 아주 유명한 전함이다. 그 전함 야마토를 우주항행용으로 개조하여 지구를 구하기 위한 여행길에 나선다는, 정말 일본인들한테나 먹힐 만한 전형적인 국수주의적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구식 SF풍의 내용에다가 나름대로의 휴머니즘과 적당한 감상주의를 잘 섞어서 조합된 마츠모토 레이지의 원작은 "우주 전체의 평화가 없이는 지구의 평화도 없다!" 라던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거였다" 같은 (묘한) 명대사들이 폭발하면서 [은하철도999]나 [우주해적 하록]처럼 당시 과거의 낭만주의 명작들과 같은 레벨의 걸작이 되었다.
▲ 군국주의 미화의 소리도 듣지만, 은근히 인간적인 악역 캐릭터인 데스러 총통 만세!
아, 저런 상반신 그림도 실은 폴리곤이라서 느낌이 미묘하지만 일단 움직인다…
▲ 이런 원작자 특유의 그림체가 모델링 되어 나온다
그리고, 이 PS2용 게임은 그 우주전함 야마토를 게임화한 PS1판 게임 2편의 속편에 해당하는 게임이다. PS1용 게임들은 각각 원작 애니메이션 야마토의 1, 2부에 해당하는 이스칸달 편과, 백색혜성제국 편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우주전함 야마토 : 머나먼 별 이스칸달],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 사랑의 전사들]의 두 편으로 나뉘어 나와 있다).
이어지는 PS2용 게임 야마토는 시스템적으론 PS1 게임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해당하며, 스토리적으론 애니메이션 야마토의 3부 내용에 해당하는 ‘암흑성단제국 편’의 내용을, [이스칸달에의 추억], [암흑성단제국의 역습], [이중은하의 붕괴]라는 3편의 소프트로 나눠서 내놓은 식이다. 뭐, 시리즈 첫 편인 [이스칸달에의 추억]의 초회한정판을 사면 3개의 소프트를 한꺼번에 수납하는 전용 박스 케이스를 주었으니 처음부터 3부작 기획으로 나왔음을 알 수 있겠다.
일본의 전함이 지구를 지킨다는 설정이 조금 (군국주의 삘의) '구린 냄새'가 나지만, 어쨌든 이 야마토의 초반 2부 까지의 이야기는 당시로써는 꽤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잔혹한 침략자였지만 자신의 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였던 악역 데스러 총통과, 별과 종족의 생존을 건 (남자 대 남자의) 대결을 펼치는 우주전함 야마토 승무원들의 (꽤 마쵸적인) 이야기는 당시에 많은 소년들을 감동시켰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대강의 스토리 라인 정도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는 들어 봤을 거고,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은 MBC 방송판을 일부 보신 적도 있겠지만 일단 가볍게 스토리를 정리해 본다. 일단, 1부 이스칸달 편(PS1용 게임 [우주전함 야마토 : 머나먼 별 이스칸달])에선, 지구에서 약 14만 8천 광년 거리의 마젤란 성운에 2중연성 가미라스와 이스칸달이 존재한다. 그 두 별은 별 자체의 수명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고, 해서 가미라스 제국의 총통 데스러는 가미라스인이 살아남기 위하여 이민할 별을 찾아서 지구로 침공하게 된다. 2199년, 지구보다 발달한 과학력을 지닌 가미라스의 유성폭탄에 의한 무차별 공격으로 지구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이대로라면 1년 안에 지구가 멸망하는 위기에 처한다(가미라스 인은 방사능에 대한 내성이 있다). 그 때 이스칸달에서 구원의 메시지가 지구에 도달한다. 이스칸달의 방사능 제거장치인 '코스모 클리너D'를 가지고 지구의 방사능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방위군은 과거에 침몰했던 전함 야마토를 이스칸달에서 제작기술을 전수받은 파동엔진을 써서 초광속우주선으로 개조한 '우주전함 야마토'로 만들어 이스칸달로 향해, 방사능 제거장치를 받아와서 지구의 생명체들을 구원하는 것이 야마토의 1부 스토리이다.
▲ 백색혜성제국편에서 데스러의 퇴장은 정말 일본식 '후까시'가 넘치는 명장면 중 하나. "맨 위와 맨 아래"
▲ 국내에서도 은하철도999나 캡틴 하록으로 유명한 그 그림체가 잘 나온다.
2부 백색혜성제국편 (PS1용 게임 [안녕히 우주전함 야마토 : 사랑의 전사들])은 극장판 '사랑의 전사들'과 TV 시리즈 '우주전함 야마토2'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가미라스와의 전쟁에서 어쨌든 살아남은 지구였지만, 테레사라는 신비한 존재에 의해서 전우주를 지배하려는 야망에 불타는 '백색혜성제국'의 침략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지구로 전해진다. 그리고, 멸망한 줄 알았으나 백색혜성제국과 협력 체제로 간신히 살아남은 가미라스의 데스러 총통도 재등장. 결국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야마토가 다시 날아오르며, 포기하지 않는 지구인과 전쟁을 통해서 묘한 공감을 얻은 데스러가 전투 도중에 새로운 이주지를 찾아서 떠나고, 야마토는 테레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백색혜성제국을 물리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PS2판 야마토 게임은 백색혜성을 물리친 뒤의 이야기가 된다.
우주의 평화가 없이는 지구의 평화도 없다고? 해서 PS1판이 원작 야마토의 1,2부 이야기이고, 이 PS2판 게임에서는 원작 3부에 해당하는 '암흑성단제국편'이야기가 된다. 3부는 본래 TV스페셜이었던 '새로운 여행길'과 이어지는 극장판 '야마토여 영원히' 편에 나누어서 전개되는 이야기로, 여기서는 본격적으로 지구가 점령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래서 지구파괴목적의 초병기 '중핵자폭탄'의 가동을 막기위해 암흑성단 본거지인 데자리움으로 야마토가 떠나고, 암흑성단제국에 점령된 지구에선 레지스탕스가 조직되어 암흑성단제국과 싸우게 되는 2중 구성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이 원작 3부의 이야기를 재편집해 3편의 소프트로 나누어 발매한 것이 이 PS2판의 구성이다. 즉 PS1판이 에피소드 1에서3까지의 스타워즈 프리퀼 3부작이라면, PS2판은 거기에 이어지는 에피소드 4에서6까지의 후속 3부작인 셈이다.
▲ 게임 본편은 홈월드 삘이 약간 나는 리얼타임 시뮬레이터?
▲ 우주전함 야마토를 직접 조타하여 전투할 수 있다
▲ 함재기인 코스모타이거를 사용한 협공도 가능
▲ 그리고 미션 중간 중간에 원작을 재현하는 폴리곤 드라마 + 애니메이션 동영상이 들어가는 형식이다.
기본적으로 구식 SF풍의 내용에다가 나름대로의 휴머니즘과 적당한 감상주의를 잘 섞어서 조합된 원작을 게임화 하는 데 있어서 방향성을 제시했던 PS1판의 전작들은, 적당히 쉬운 난이도의 시뮬레이션에 원작의 스토리를 잘 살리는 전개에 요즘 느낌으로 새로 다시 그려진 작화를 넣어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비주얼 동영상 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극장판과 TV판이 서로 다른 결말이었던 원작의 전개(극장판은 배드 엔딩, TV판은 굿 엔딩)를 그대로 분기화 시켜서 게임에 수록해서 좋아하는 결말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되어 있는 등으로 '팬들이면 알아서 딱 감동할 만한' 수준으로 맞춰진 완성도 높은 캐릭터 게임이었다.
▲ 대한민국 군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던 장면. 이런 데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게 슬프다….
참고로 남자 캐릭터는 알통 구보, 여자 캐릭터는 세탁이다…
▲ 각 시나리오 클리어 후에는 기체의 수리나…,
▲ 무기 및 각종 아이템들의 생산 정비 등도 가능하다.
PS2판 게임 3편은 이런 PS1판을 베이스로, 시뮬레이션 파트를 약간 강화해서 전투 파트의 구성과 내용을 발전시킨 정도의 게임이다. 일단 구성적으론 단순히 야마토(전함) + 코스모블랙(함재기) 구성이 많았던 PS1판에서, 보다 본격적인 ‘함대 대 함대’라는 느낌이 나도록 스케일을 키웠다. 그러면서 조작 자체는 그럭저럭 쉽게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할만한 게임이기도 하다. 전투 후에는 전과에 따라서 입수되는 포인트를 가지고 전함의 수리 및 정비나, 추가 신무기 개발이나 미사일 생산 등을 할 수 있다.
일단 전체적으로 SF우주전쟁 풍의 무거운 스토리 분위기나 입체감 있게 잘 보여주는 우주 공간 표현의 질에 비해서, 전체적인 게임 내용은 약간 쉽고 가볍다고 할까. 적당히 이동 방향 지정해주고 우주를 나아가다, 색적 거리에 적이 발견되면 전투 모드와 공격 무기를 지정하고 적전함의 뒤를 쫓아가는 '꼬리 물기'나 하다 보면, 대부분 대충대충 클리어 되는 게임이다. RTS치고는 약간 쉽고 그리 바쁘지 않은 느긋한 게임이라고 하겠다.
여담인데, PS2판 3부작의 1번째 편 '이스칸달로의 추억'과 2번째 편 '암흑성단제국의 역습'에는, 게임 도중에 '회상' 시나리오가 들어 있어서 PS1판 내용 중의 유명 전투 파트를 다이제스트로 전개하는 형식의 보너스 시나리오를 즐길 수 있다는 추가 요소가 있다. 물론 이 시나리오들은 안 깨도 게임 클리어에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PS1판의 동영상을 교묘하게 PS2용으로 재편집한 추가 동영상을 보거나 부담 없이 보너스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시나리오이니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다 깨보도록.
▲ 게임 도중에 전작의 회상 시나리오가 나와서, 간접적으로 PS1판 내용(원작 1,2부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
▲ PS1판에서 등장했던 스타샤와 마모루의 명장면.
유니크한 원작의 범상한 게임판 이 게임은 PS1판을 하지 않았거나 처음 하는 사람이라도 연습 스테이지에서 조작을 익힐 수 있는 등, 전반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난이도를 지향한 게임이다. 지도 상의 적과 싸워서 전부 이기거나 하는 등으로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면 스토리가 진행되며, 스토리 진행 중간중간에 원작의 명장면들을 요즘 기술로 새로 그려낸 비쥬얼의 삽입으로 눈요기를 시켜주는 형식의, 기본적으론 게임에 큰 관심이 없는 '나이 먹은 원작 팬들을 위한 서비스'에 가까운 게임이라고 하겠다.
▲ 이런 원작 내용과 캐릭터들의 재현도 좋고,
▲ 리얼 타임으로 움직이는 전함과 전투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사실 만족스럽긴 하다.
뭐, 3부에서도 야마토의 진정한 감초 역인 가미라스 총통 데스러 님이 여전히 멋지게 나와 주시니 그 것만으로도 충분하긴 하다. 데스러 총통님은 이 3연작 게임에서도 나름대로 멋지게 나오는 편이니 팬이라면 기뻐할 것이다. 은하철도999나 하록을 좋아하지만 야마토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번 잡아 볼 가치는 충분한 게임이며, '남자는 탱크나 전함' 같은 무기 계통 광이신 분에게도 리얼한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스토리 게임으로써 어필 할 수 있겠다.
그래픽은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원작 그림 풍으로 모델링 된 캐릭터들과 폴리곤 전함들이 우주 공간에서 3차원적인 함대전을 벌인다는 자체만으로도 한번 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묘하게 PC판의 시뮬레이션 게임 [홈월드]라는 걸출한 작품을 의식한 요소가 좀 있어서 시뮬레이션 파트의 독창성은 그리 높다고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주전함 야마토를 3차원 공간 안에서 직접 조종하는 느낌은 나름대로 좋은 편이다.
또한 이 PS2판 게임 3개의 2번째 에피소드부터는, 단순한 함대전 뿐이 아니라 레지스탕스가 나오는 원작 3부의 전개에 따라서 게임 중간중간에 스토리에 따른 '백병전' 요소가 들어가 있다. 바이오 해저드하고도 비슷한 느낌의 액션 어드벤쳐 파트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좁은 함이나 적 기지 안을 돌파해서 임무나 조건을 달성하는 식의 전개이다. 이 부분은 조작이 조금 뻑뻑한 감은 있지만 나름대로 즐길 만한 부분이다.
사운드 쪽에서는 애니 송 중에선 명곡 취급을 받는 사사키 이사오의 주제가 보컬이 그대로 쓰이고 있으며, 배경음악 역시 원작의 음악들이 요즘 스타일로 살짝 바뀐 정도로 흘러나온다. ('암흑성단제국의 역습'의 한정판에는 OST가 동봉되어 있긴 한데, 국내에서 구할 수 있을지는 좀…) 그 유명한 주제가도 남성 중창단이 반주 없이 장중하게 '사라바 지큐요오~' 하다가 오프닝 동영상에서 야마토가 떠오르는 것에 맞춰 갑자기 오케스트라 협연이 배경이 깔리면서 폭발하 듯이 연출된 편곡버전이 나오는 지라, 팬이라면 나름대로 감개무량할 수도 있겠다.
스토리 적으로 원작 3부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하게 다루고 있지만, 게임 만의 오리지날 전개와 분기에 따라서 엔딩이 바뀌는 정도의 각색은 되어있다. 뭐, 이런 것도 전형적인 캐릭터 게임의 요소이기도 하다.
▲ 위는 미사일의 폭풍, 밑은 강산의 바다라는 절체절명의 상황
▲ 군국주의 예찬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름대로 전형적인 평화 예찬과 반전 코드 정도는 들어간다.
(사진은 히로인 모리 유키… 메텔과 혈연관계는 없다)
이 게임은 결국 누구나 할 수는 있는 게임이긴 하지만, 가급적이면 원작을 알고 원작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전형적인 팬 소프트이자 캐릭터 게임다운 물건이다. 그리고, PS1에서부터 이어져온 나름대로 긴 시리즈의 일부이기도 한지라, 아무래도 전편을 해본 사람에게 더 어필할 것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게임화 되지 않은 4부와 5부격의 원작 뒷 이야기가 있는데(설마 PS3로 나올려나?), 그래도 PS1판으로 원작의 1,2부 스토리을 해본 사람이라면 만족하고 할 수 있는 PS2용 업그레이드 버전 게임이자 3부 스토리를 다룬 물건이다.
▲ 사실 요상한 용어 설명은 건버스터보다 이 작품이 먼저다. "이런 일도 있을까봐서"로 유명한 해설역의 사나다 씨.
▲ 그러니까, 메텔 누님이 주인공인 게임은 안 나오는 겁니까? (마츠모토999 말고…)
주의와 이념이 어쨌든 게임은 게임일 뿐 게임 자체는 평범한 캐릭터 게임이지만, 이 게임은 소재적으로 국내에선 마이너스적인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한계가 좀 있다. 2차대전 중에 가라앉은 전함 야마토는 일본 특유의 군국주의나 국수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은 물건이다. 그리고, 그 2차대전의 망령같은 야마토를 빌려온 [우주전함 야마토]라는 작품 자체도 소위 일본 특유의 각종 콤플렉스가 잔뜩 들어가 있는 내용인 것도 사실이고, 게임이건 애니건 야마토란 코드 자체가 소위 일본이 '잘 나가던 때'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위 SF풍의 밀리터리 판타지라거나 전쟁의 낭만 같은 것도 나름대로의 상업적 코드로 볼 때에 가치는 있다. 다만 애시당초 사람을 죽이는 행위인 '전쟁의 매력'을 논하는 자체가 사상적으로 100% 안전할 수는 없다. 우주의 평화니 뭐니 하는 어떠한 대의명분도 일본의 피해를 본 나라인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엔 그냥 악감정이 생기기 쉬울 뿐이다.
▲ 원작에서 꽤 슬펐던 이별 장면…이지만, 오프닝에 먼저 대뜸 나와버려서야(웃음)
▲ 그리고 암흑성단제국의 침공으로 지구는 점령된다(다 알지만).
뭐, 사상이니 뭐니 다 집어치우고 일단 독자적인 게임으로써 그냥 한번 해볼 정도는 되며, 원작 팬이라면 원작의 여러 명장면을 게임에서 다시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기도 하다. 역시 원작인 [우주전함 야마토] 및 최소한 같은 세계관의 다른 작품들인 [은하철도999]나 [캡틴 하록] 등의 분위기를 전혀 모르거나, 원작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만족하고 플레이 하기엔 약간 애매할지도 모르겠다.
결론은 원작 [우주전함 야마토]의 팬들을 위한 소프트란 것은 확실하며, 어느 사이에 반다이 캐릭터 게임들의 수준이 평균적으로 올라버려서 이 정도 수준의 게임이 '범작' 취급받는다는 것도 시대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몇 년 전만 같았으면 꽤 괜찮은 수작 대접을 받았을 물건인 데 말이고, 실제로 이 게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PS1판 야마토 시리즈는 수작 대접을 받았었는데 말이다.
상대적으로 PS1판에서 그려진 앞 이야기가 조금 더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한데다가, 원작에서도 이 부분은 거의 스타트랙 레벨로 (솔직히 약간 억지로) 끌면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이고, 개인적으로도 역시 야마토는 2부 백색혜성제국편까지가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더욱 이 3부의 게임판 자체가 애매하다는 느낌. 게다가 3부 이야기 하나를 짧은 게임 3개로 잘라 놓은 식이라서 각 편 당 볼륨이 왠지 짧다는 느낌이라 더더욱 애매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 게임은 장점도 많다. 게임이 전반적으로 쉬운 편이라서 그냥 쑥쑥 진행할 수도 있고, 만약에 첫 편부터 계속 플레이 한다면 세이브 데이터 전승을 통해 2편 이후의 플레이가 유리해진다. 그리고, 만약에 나중에 소프트를 구하거나 해서 첫 편을 플레이 안한 사람이라도 둘째 편 디스크 안에 들어있는 세이브 데이터를 써서 첫 번째 편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국내에서 이 게임을 구해서 플레이할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는 의문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단순히 원작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을 동영상으로만 보는 게임이 아닌 것은 확실하니까, 전함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크로스오버 같은 게 조금만 더 많았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일본 내에서는 끈질기게 팬이 사라지지 않는 이 옛날 구닥다리 작품이 아직까지도 생명력을 갖고서 움직이고 있다는 자체가 그저 무한히 부러울 뿐이다. (내게 돈을 주면 수퍼 김청기 대전을 만들어서… 자폭)
사실 원래 원작자 마츠모토 선생은 우주전함 야마토의 주인공 고다이 스스무의 형인 고다이 마모루를 '캡틴 하록'으로 만들어서 세계관을 전부 연결시킬 계획도 세웠던 적이 있었으며, 실제로 비공식적인 번외편 코믹스에서는 '고다이 마모루 = 하록'이라는 설정으로 그려진 만화도 있긴 하니까. 뭐, 지금에 와서 그런 이야기가 뭐가 중요하겠냐만 마츠모토 레이지의 '우주 매트릭스'안의 중요한 챕터 하나인 만큼 교양과목 이수하듯이 선택적으로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 제3세력으로 하록만 나왔으면 (그럼 무조건 만세~) 더 좋았을 법한 함대전인데…(웃음)
▲ 지구에선 레지스탕스 시점으로 전개되는 백병전 모드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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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 7.3 / 80년대 빅 밴드와 오케스트라 풍의 음악이 현재의 스팩으로 잘 바뀐 정도.
그래픽 : 7.5 / 캐릭터 모델링은 취향을 타지만, 그래픽 자체는 그리 심각하진 않다. 우주전 자체는 그럭저럭 홈월드 필도 나고 꽤 볼만한 편.
작품성 : 7.4 / 원작의 분위기는 확실히 잘 살리고 있지만, 게임 자체는 약간 밋밋한 느낌의 느긋한 게임.
흥행성 : 7.0 / 느긋하게 원작 스토리 따라서 진행하는 캐릭터 게임 특유의 맛을 이해한다면 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소장가치 : 7.2 / 살 거라면 결국 3편을 다 사야 하는 것이 문제. 야마토 팬에게라면 PS1판들과 같이 소장할 가치는 있다.
전체 평 : 7.3 / 마츠모토 레이지 팬이너가, 우주전함은 멋지다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추천. 나머지는 각자 해보고서 판단하는 취향을 탈만한 물건.
20자 평 : 게임 자체는 그냥저냥 중간이지만, 결국은 팬을 위한 물건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야마토 팬이 얼마나 있으려나….
※ 게임 자체는 B급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시리즈가 PS1부터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는 자체가 어떤 의미론 감동이라고 할까요. 저 쪽에 쌓여있는 서브 컬쳐의 잔재가 이렇게까지 계속 재활용된다는 자체는 어떤 의미론 단순한 팬의 골수까지 갉아먹는 것이긴 하지만 진짜 팬이라면 평생을 따라가줄 각오도 해야 한다는 거겠지요.
▲ 떠돌이 방랑자가 된 데스러 총통 시점의 외전도 들어 있는데,
이 쪽에선 '야마토 혼'이 '가미라스 혼'으로 살짝 바뀐다나?
▲ 당신이 하록이 되는 건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현재로썬 부정되고 있는 것 아닌가유~, 원작자 선생?
세계관이 너무 길어지다보니 모순도 많고 말도 안되는 외전도 많고. 뭐, 건담보단 나을지도 모르지만.
=== 각종 괴상한 용도로 응용이 가능한 스샷 ===
▲ 헉뚫?! (또는 으힉?!)
▲ 꾸에에엑~!
낭만 따윈 다 죽은 거야~?!
옛날에는 열나 멋지게 나오던 데스라 씨가 이렇게 망가지는 것도 참 난감하다. 왕년에 잘 나갔던 악당도 속편에 나오면 병신 취급 당하는 거야 역사가 창창한 전통이지….
안 그렇소, 피콜로 대마왕?! "기습이 한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