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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0일 일요일

[해외유명여행지/여행가볼만한곳] 세계의 아름다운 운하 여행

[해외유명여행지/여행가볼만한곳] 세계의 아름다운 운하 여행


운하(運河)는 물의 길이다. 바다와 강, 강과 강을 이어 만든 물길, 그 안에 삶이 흐르고 여유로운 감성이 흘러간다. 바쁜 눈을 쉬게 하며 편안한 안식을 준다. 운하는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채 몇 세기에 걸쳐 흘러왔다. 평화로운 현재의 겉모습과 달리 운하도시 아래 갯벌에는 수천수만 개의 나무 말뚝이 박혀 땅을 지탱한다. 운하의 역사는 이렇듯 환경의 악조건을 극복하고 개척한 인간 의지가 이루어낸 것이다.






낭만이 흐르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베네치아역을 나서면 바다가 건물 문 앞에서 출렁이는 말 그대로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수상버스를 탈 수 있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노선인 1번이나 82번을 타면 아름다운 건축물과 함께 대운하 전체를 즐길 수 있다. 베네치아 중심지 산마르코광장은 가장 지대가 낮은 곳으로 밀물 때면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광경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베네치아 거리 곳곳에는 물에 잠길 때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작은 나무다리가 포개어져 있다.

광장에 서 있는 100m 높이의 종루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다와 맞닿은 베네치아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산마르코대성당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산마르코광장에서 리알토다리 방향으로 걷다 보면 고급 브랜드 숍과 유리공예, 가면 등의 전문점들이 이어지는데 중간 중간 만나게 되는 작은 운하가 이채롭다.

카사노바는 이 좁은 운하들을 가르며 귀부인들과 밀회를 즐겼다고 한다. 1725년 베네치아에서 배우의 아들로 태어난 카사노바는 주로 귀부인들을 유희의 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베네치아의 귀부인들은 속옷도 화려한 장식이 달린 옷을 선호하며 몸치장에 신경을 썼다.

여인들은 드레스 버팀대와 허리받이, 가슴이 볼록 튀어나오게 만드는 꽉 끼는 코르셋을 착용하기를 좋아했다. 또한 화려한 수가 놓인 실크와 퀼트 공단에 주름 장식과 담비털, 금은사로 멋을 낸 옷을 걸쳤다. 카사노바의 매력은 이러한 유부녀들을 사로잡을 정도로 대단하던 모양이다. 바람둥이의 대명사인 카사노바도 한꺼번에 두 여자를 만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곤돌라를 세내어 사랑하는 유부녀와 밀회를 즐기다 남편에게 들킬 것 같으면 대저택 후문의 운하로 탈출하곤 했다고 한다.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운하와 어울리는 낭만적인 스토리다.

조금 더 걷다 보면 베네치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치형의 리알토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 위에는 귀금속 등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다리 주변으로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 많아 음식 맛과 운하의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베네치아 여행의 보너스는 주위 섬들이다. 무라노섬은 베네치아의 유리 제조 기법이 전승되어오는 곳으로 입으로 유리를 불어 만드는 제작소를 견학할 수도 있다.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도 이곳에 있다.

물이 땅을 대신하는 도시 베네치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환상적인 세계 같다. 개인 보트를 뽐내듯 운전하는 남자가 흰 물살을 가르며 지나간다. 달콤한 사랑에 빠진 연인을 태운 곤돌라 뱃사공이 ‘오 솔레미오’를 부르는 듯한 환청이 들려온다. 정해진 차선이 없는 뱃길은 자유롭고 여유롭다. 정말 아름다운 물의 도시다.







자유가 흐르다    암스테르담

‘낮은 땅’이라는 뜻의 네덜란드는 국토의 30%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다. 그래서 땅을 조금만 파도 물이 나온다고 한다. 숙명적으로 물과 끊임없이 싸워온 네덜란드인들이지만 암스테르담에 가면 물과 화해하는 법을 터득한 듯한 여유로운 정경이 펼쳐진다. 지금으로부터 800여 년 전, 그들은 저지대인 암스텔강 하구에 나무 말뚝을 심어 흙을 쌓아 올린 땅에, 오랜 세월 동안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둑을 쌓고, 풍차를 만들어 물을 바다로 퍼냈다.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은 지반이 약해 큰 건물이 없어서인지 동화 속 마을처럼 아기자기하다. 동화 속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집을 거쳐 열린 창문들을 통해 계속 이어진다. 커튼을 열어놓아 거리에서도 집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거리낌이 없고 숨김이 없는 자유인 이야기 같다. 과거 종교나 나치의 박해를 피해온 이민자들을 받아들였고 1960년대에는 히피들을 받아들인 자유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관용의 도시답다.

운하 위를 유유히 미끄러지는 유람선에 몸을 실으니 암스테르담의 일상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네덜란드의 심벌 같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 운하의 길가 카페의 테라스 석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 아빠와 함께 무선 조종 장난감 보트를 가지고 노는 꼬마 아이.

암스테르담에는 선상주택이 무려 2500여 채나 있다. 헤렌그라트(신사의 운하), 카이제르그라트(황제의 운하), 프린센그라트(왕자의 운하) 등 모두 5개의 운하가 서로 교차하고 이들 운하 위로 수백 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프린센그라트 옆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들이닥치면 비밀의 책장이 열려 다락방으로 숨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안네 프랑크의 집도 있다.

시내에 놓인 운하의 다리 중에는 배가 지날 때 도로 양쪽의 차량 운행을 일시 멈추게 하고 다리를 들어 올려 통과시키는 곳도 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약속 시간에 늦으면 우리가 차가 막혔다고 하는 것처럼 운하의 다리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다고 한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로 렘브란트와 반 고흐가 있다. 특히 ‘감자 먹는 사람들’과 ‘해바라기’ 등이 전시되어 있는 반 고흐박물관은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사랑받는 미술관이다. 암스테르담은 터부시되는 홍등가나 섹스 숍이 숨어 있지 않고 동성 간의 결혼이나 마리화나가 허용되는 곳이다.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고,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한 그 어떤 행동도 모두 허용하는 암스테르담의 자유는 이렇듯 다채로운 문화를 공존케 한다.







예술이 흐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에 도착하기 전 동구권 국가는 왠지 음울하고 경직된 분위기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한 번에 날려버린 것이 바로 예술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러시아 제2의 도시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 8대 매력의 도시. 러시아의 그 유명한 문학, 음악, 공연 등 예술 전 분야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푸시킨, 고골리, 도스토옙스키와 차이콥스키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의 도시이자 세계적 명성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마린스키 발레단을 거느린 곳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원래 갯벌이던 곳으로 300여 년 전 표트르 대제가 직접 유럽에 가서 기술을 익혀 말뚝을 박고 돌을 실어 날라 건설한 도시다. 시인 푸시킨이 ‘유럽을 향해 열린 창’이라고 표현했듯이 유럽의 건축과 문화를 받아들여 유럽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특한 도시가 만들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섬 100여 개가 365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북쪽의 베니스라고도 불린다. 사이사이로 흐르는 운하에는 크고 작은 각종 유람선이 밤낮으로 운행된다. 갑판 위에서 러시아식 꼬치 ‘사슬리’를 굽는 유람선도 보이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오붓하게 작은 배를 타고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모이카운하와 최대 번화가인 네프스키대로가 교차하는 모퉁이 건물엔 문학카페가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유명한 푸시킨은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와 염문을 뿌린 장교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이 카페에서 레모네이드를 마신 뒤 그와의 결투에서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때 그의 나이 38세였다.

밤에 하는 운하 여행은 더욱 운치 있다. 야경도 야경이지만 자정이 넘으면 커다란 화물선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다리가 열리는 장면은 단연 최고다. 다리 가운데에서 양쪽으로 열리기도 하고, 다리 끝에서 한쪽으로만 열리기도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술의 보고는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에르미타주박물관이다. 역대 황제가 살던 ‘겨울궁전’을 포함하여 건물 4개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곳에 명작과 유물 약 300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유럽 강대국들이 강제로 약탈해 자국 박물관을 구성한 것과는 달리 예술을 사랑한 예카테리나 2세는 4000점 이상의 회화를 값을 지불하고 구입했다고 하니 더욱 멋져 보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도스토옙스키가 <카라마조프의 형제>를 썼다는 생가와 그의 무덤도 있는데 이곳엔 차이콥스키를 비롯한 러시아의 수많은 예술가도 함께 잠들어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즐겨 찾았다는 레스토랑은 문인의 응접실과 같은 아늑한 인테리어가 편안함을 주며 테이블과 의자 모양이 모두 다른 것이 재밌다. 음식 역시 맛있다. 러시아 남자처럼 보드카를 한 번에 입속에 털어 넣어보자. 즐거운 추억이 또 하나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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